나는 재개발 지구에 사는 주민입니다

사회 이야기 2007/06/24 19:36

내가 사는 곳은 서울시 강북구 미아동이다. 삼양동으로 불리기도 한다. 보통은 미아리라는 사창가 지역으로 알려져있는 곳이다. 조금 더 아는 사람들은 소위 말하는 달동네 지역으로 알고 있기도 하다. 내가 이곳에서 살게된 것은 92년부터, 16년전 이곳으로 이사를 오면서부터이다. 지금은 미아뉴타운이라는 이름하에 아파트들이 계속해서 들어서는 지역이지만 당시에는 말그대로 달동네였다. 달동네라는 말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높은 곳에 있어 달과 가까운 동네여서 그런 이름이 붙지 않았나 싶다. 산비탈에 위치한 동네, 그곳이 삼양동이었다.

우리 동네는 판자촌까지는 아니었지만 허름한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골목길은 마치 미로처럼 꾸불꾸불 엉켜있는 곳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려면 꾸불꾸불한 골목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야했다. 어둑어둑한 골목길에는 어린 아이들의 돈을 뺐는 중학생들도 종종 있었다. 나중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우리 가족들이 살던 산꼭대기 작은 집도 무허가건물이었다. 판자촌이라기보다는 무허가촌으로 부르는게 맞는 것이었을는지도 모른다. 70년대 서울로 일자리를 찾아 모여든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살던 곳이 바로 우리 동네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닥다닥 붙어있는 작은 집들보다 거대한 아파트 단지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작은 집들이 있는 동네는 재개발 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재개발을 나쁜 것으로 생각했다. 이 지역에 자기집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집을 보상받았고, 재개발 아파트 분양시 우선권을 받았다. 하지만 그 보상액이라는 것이 아파트 분양가에 비하면 참 보잘 것 없는 것이었다. 어떻게 책정되었는지 알 수 없는 아파트 분양가는 보상액의 2~3배를 웃돌았다. 2층짜리 우리집이 보상받은 액수는 6천만원 정도였고 아파트 분양가는 1억 8천만원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의 내가 보기에 재개발은 SK라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서울시에서도 가장 못사는 축에 속하는 동네 사람들의 보금자리를 빼앗는 것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집은 아파트 분양가를 맞출 수 있어서, 아파트를 분양받았지만 분양가를 맞출 수 없었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안그래도 못사는 동네에서 그나마 자기집도 없이 세를 들어 살고 있던 세입자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놀랄만큼 동네가 바뀌었다. 아파트에는 어디서 왔는지 모를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다. 음식점 운영 때문에 배달을 많이 다니시는 아버지 말씀에는 타지 사람들이 한 70% 정도 살고 있는 것 같다고 하신다.

그 때에는 옮겨갈 곳이 없어서 끝까지 버티고 있는 사람들을 쫓아내려 했는지, 조금이라도 보상을 더 받으려고 버티고 있는 사람들을 쫓아내려 했는지 어땠는지 알 수 없지만 툭하면 누가 냈는지 알수 없는 불이 났었고, 매일같이 소방차가 드나들었다. 빈집에서 매일같이 불이 나고, 거리에는 용역깡패라는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깡패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시비걸어서 때리는 광경을 종종 볼 수 있던 곳이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할 무렵의 우리동네였다.

재개발 지역에는 재개발 조합이라는 것이 있다.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조합원이 된다. 조합에서는 조합원들을 대표해서 보상액을 늘려서 더 많은 조합원들이 아파트로 입주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아파트 건축기업들과 협상을 한다. 그런데 지역 사람이 조합장이 되면 어디서 나왔는지 알 수 없는 돈을 받고 조합장에서 물러나는 일이 계속해서 생겼다. 동네사람들은 구청으로 가서 왜 보상액이 적은지, 분양가가 왜이렇게 높은지 몇 년동안 시위를 벌였지만 누구도 답을 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지금도 걸어서 10분 거리인 옆 동네에는 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은 흉물스럽게 여기저기 허물어져있는 건물에 몇 달전까지만해도 살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아파트 값이 많이 올라서 분양가는 더 올랐을텐데, 그 사람들은 과연 이 동네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아버지께서는 재개발 초기 보상액과 분양가의 차이로 이지역 주민들이 손해를 본 것은 사실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아파트 값이 계속해서 오르면서 지금은 그다지 손해를 본 것 같지 않다고 하신다. 그러면 재개발은 과연 우리에게 좋은 것이었을까. 난 아직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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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K 2007/06/24 22:07 PERMALINKMODIFY/DELETE REPLY

    담배 생각만 나는구나...

  2. 호갱 2007/06/24 23:31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저도 예전에 종로구 무악동 달동네(지금은 독립문 현대아파트)에 살았었는데
    재개발로 저희 부모님도 이익을 보신 것 같습니다...;;;
    제가 워낙 사회생활에 문외한이라 정확한 건 잘 모르지만요...쿨룩~

    • JKwall 2007/06/25 01:40 PERMALINKMODIFY/DELETE

      저도 자세한 것까지는 잘 몰라요^^;;
      아파트 분양받고 나서 몇년지나고 나서 아파트 값 오르고나니 이익을 본 것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3. 쭈야 2007/06/25 00:36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저도 지금 재개발 지역에 살아요~ㅎ... 그래서 전세값이 싸더라구요...^^;
    어쨌거나.. 저는 잠시나마 이익을 본 셈이죠.. 언제 재개발 될지 몰라서 조금 불안 하긴한데..
    주인아주머니는 3년이라고 하셔서.. 2년 계약하고 들어왔는데...
    주위 반응을 들어보니.. 늦어도 내년이라고 하네요... ㅠ.ㅠ 그럼 난 또 집 구해야나? 흑
    여기 동네 앞에 산책로가 있어서.. 정말 정말 맘에 들거든요... 헤헷~
    암튼, JK님도 이익을 보실 수 있으시길... 본래 다~ 그런거..우선 이익을 봐야합니다~!!

    • JKwall 2007/06/25 01:42 PERMALINKMODIFY/DELETE

      재개발은 막상 사람들 나가기 시작할때까지 언제 시작할지는 모르는거 같아요^^;; 뭐 이익을 봐도 제가 이익을 보는거겠습니까ㅋ

  4. 유바바 2007/06/25 10:42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잘 봤습니다.
    전 인천에 살고 있고, 약 6개월 후에 저층 아파트 단지를 재개발한 고층 아파트로 이사갑니다.
    재개발 문제는 몹시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죠.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건설사는 어마어마한 이익을 남기고(특히 서울 및 수도권인 경우), 원래 살던 사람들은 '이익을 보면 다행'인 구조라는 것.
    갑자기 전에 읽다가 만 <<아파트 공화국>>이란 책이 떠오르네요. 읽고 싶어집니다.

    • JKwall 2007/06/25 10:44 PERMALINKMODIFY/DELETE

      그렇군요. '이익을 보면 다행'인 구조라는 것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저희 동네 아파트 값이 상승하기 시작한 것이 불과 1~2년전 부터입니다. 사람들 입주한 것은 5년이 넘었구요. 아파트 값이 오르지 않았다면 이익을 못봤을 겁니다.

  5. 우유소년 2007/06/27 02:37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이 글은 이제 봤네요
    저는 성북구 삼선동에 살고 제가 사는 집도 재개발 예정구역이 되었습니다. 제가 사는 집은 한 1,2년 정도 남은 듯..
    하지만 주위 동네들은 벌써 많이 무너지기 시작해서 마음이 아파요
    미아삼거리 역에 있는 대성학원에 다니던 기억이 나고, 삼양동엔 친구집이 있기도 했고 저도 몇 번 가봤던 기억이 나네요..

    • JKwall 2007/06/27 17:20 PERMALINKMODIFY/DELETE

      저랑 근처에 사시는군요. 대성학원 저도 잠깐 다녔었죠. 그쪽도 재개발 예정구역이군요. 이 근처는 전부 재개발 되려나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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