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는 역시 쉽지 않다는 것을 느끼는 요즘입니다. 포스팅하려고 생각한 소재를 제때에 포스팅하지 못하면 계속해서 글이 밀린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고 있네요. 결국 8월달에 다녀온 런던 근교 나들이, 템즈강 나들이 조차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채 10월 중순을 맞았습니다. 게으른 주인을 만나 한달 째 휴식을 취하고 있는 블로그를 보면서 왠지 불쌍한 느낌이 듭니다.
한동안 이사 문제 때문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한주에 75파운드 짜리 집에서 살다보니 방세가 부담이 되서 조금 더 싸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같은 집 사는 사람 중에 아는 동생하고 같이 살게된 사람이 있어서 4명이서 같이 살 집을 하나 렌트하기로 했습니다. 어쨌든간에 지금 사는 집 보다는 방세가 싸게 먹힐테니까요.
아주 마음에 드는 2 bedroom flat을 찾아서 보증금을 지불하고 나서 그러다 생각난 것이 council tax 관련 문제였습니다. 신자유주의니 어쩌니 해도 영국 역시 유럽인지라 세금이 꽤나 부담스러운 수준입니다. 영국에서 방하나만 빌려서 사는 것이 아니라 집을 구해서 살게되면 council tax를 내야만 합니다. 하지만 어디선가 학생일 경우에는 tax가 면제된다고 들어서 별 걱정을 안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당 21시간을 공부하는 학생에 한해서만 tax가 면제가 되는겁니다.
tax규정이라는 것이 상당히 치사하게 되어있어서 이민법에서 규정하는 Full time student와 tax 규정에서 규정하는 Full time student의 개념이 다릅니다. 역시 세금 걷는 문제에 있어서는 어느 나라나 치사하게 구는 것일까요?
6개월 이상의 수업기간이 남아있어야 하며, 주당 21시간 이상을 공부하는 학생에 한해서만 세금이 면제가 됩니다. 혹시라도 나중에 영국에서 집을 빌리실 계획이 있는 분들한테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저희의 경우 4명 모두 한 어학원에서 주당 21시간을 공부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tax를 내야만했습니다. 다행히 이곳에서 대학을 다니는 친구의 도움으로 tax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tax 문제로 며칠 동안 잠도 제대로 못자고 걱정했던 것을 생각하면 역시 사람은 알아야 어떤 일이던지 문제없이 처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깨달았습니다.
이제 내일이면 이사가 완료되고 새집에서 살게 됩니다. 새집에 가면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블로그 관리도 좀 더 충실하게 해야겠네요.
고등학교 2학년 정도 되었을 때 외갓집에 갔던 적이 있다. 우리 외갓집은 강릉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지만 산에 둘러싸여 있는지라 KBS1 밖에 나오지 않는다. 어렸을 적 나를 잘 챙겨주었던 막내 삼촌도 군에 있었을 때라 외갓집에서 도무지 할게 없었다. 외할아버지와 앉아서 6시 내고향을 보고 나면 그대로 자야했다. 그렇게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눈에 들어온게 삼촌이 갖고 있던 '로마인 이야기' 였다. 심심함을 이기지 못해 책이나 보려고 첫 권을 펴든 순간 나는 시오노 나나미의 글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삼촌에게 허락도 받지 앉은 채(허락을 받을 수가 없었다. 그 당시 삼촌은 군대에 있었으니..) 그때까지 나왔던 6권 모두를 들고 서울로 올라왔다. 그 후 매년 1권씩 출간될 때마다 사서 읽어 지금은 15권 모두를 갖고 있다.
내가 보았던 로마는 사회간접자본의 중요성을 최초로 인식한 민족이었으며, 다른 민족이 갖고 있는 우수성을 인정하고 포용할 줄 아는 민족이었다. 한 때 서방세계 대부분을 제패했던 그들의 역사는 바로 그들의 민족성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로마인 이야기로 인해 로마에 가보는 것이 내 삶에 있어서의 하나의 소원이 되었다. 이번에 영국으로 어학연수를 오면서 로마행 비행기표를 예약해놓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다.
로마에 가보는 것이 소원이기는 했지만 어학연수를 오면서 여행을 할 계획은 없었다. 여행을 떠나게 된 것은 같이 어학연수를 오게된 후배가 어학연수 기간에 따라 휴가기간이 있으니 그 기간에 여행을 떠나보자고 해서 결정한 일이다(내 휴가기간은 총 4주이다. 비자가 짧게 나와서 2주 정도 밖에 휴가를 쓰지 못하지만). 로마로 결정한 이유는 내가 로마를 좋아하게도 했지만 다른 이유도 있었다. 당시에는 로마로 가보자는 생각은 아예 하지 못했었다.
올해 3월 쯤 신도림 고층빌딩 공사현장 화재사고에서 불법체류 신분으로 한국에 머물고 있었던 몽골인 4명이 화재현장에서 헌신적으로 사람들을 구했던 일들을 누군가 기억할려는지 모르겠다. 그 중 한 친구가 컴퓨터공학을 배우고 싶다 하여 우리학교에 장학생 자격으로 입학이 확정되었었다. 당시 나와 내 후배는 신문편집 및 제작 수업을 듣고 있었고, 내 후배는 기사를 쓰기 위해 그 몽골인 친구와 인터뷰를 했었다. 그 인연으로 후배와 몽골 친구는 친구가 되었고, 그 친구들이 점심을 같이 먹는다기에 따라나섰다. 그래서 간 곳은 신촌의 피자몰. 아무 생각 없이 피자집에 들어서서 자리에 앉는 순간 내 앞자리 벽면에 트레비 분수 사진이 걸려있었다. '그래, 로마로 가자' 그 순간 우리의 행선지는 로마로 결정되었다.
똑똑한 후배를 둔 덕택에 여행비는 생각보다 크게 들지 앉았다. 비행기표는 공항세 포함 왕복 45파운드. 비행기표만 따지자면 0.1파운드 였지만 영국인지라 공항세가 크게 붙었다. 유럽 다른 지역을 여행할 때는 공항세가 크게 붙지 않는다고 한다. 항공사는 저가 항공사 중의 하나였던 Ryan air를 이용했다. Coach도 미리 예약해서 Stanstadt 공항까지 가는데 왕복 8파운드 밖에 들지 앉았다. 영국에 와서 느낀 것이지만 미리미리 예약을 해두면 물가가 비싸다는 영국에서도 교통비가 그렇게까지 많이 들지는 않는다.
로마에서의 숙박은 7월달에 유럽 여행을 마치고 돌아간 후배의 도움을 받아 결정했다. 로마 떼르미니 역 근처에 있는 프리하우스라는 민박이었는데 주인내외분들이 워낙 친절하신데다가 인심도 좋으셔서 기분좋게 4박 5일 동안 묵었다. 게다가 같이 머물었던 사람들도 성격들이 워낙 좋아서 매일 밤 맥주 파티를 벌이느라 잠을 못잘 정도 였다. 3일 동안 숙소 근처 수퍼에서 매일같이 맥주 20~25 병 정도를 사왔으니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생전 처음 해외에 나와서 서비스라는 것을 받아 보았다. 3일째 되는 날 수퍼에 맥주를 사러 갔더니 수퍼 주인이 맥주 2병을 공짜로 얹어주었다.
그래서 고정 여행 경비는 비행기표 및 공항세 45파운드, 코치 이용료 8파운드, 숙박비 80 유로(1박에 20유로, 성수기 아침 제공, 비수기에 아침 저녁 제공이다. 음식도 맛있고, 주인 내외분이 인심도 좋으셔서 음식도 잔뜩해서 주신다)에 영국에서의 수하물 운송비 10파운드(미리 예약하면 7파운드에 막을 수 있었다. 이 부분이 조금 아쉽다), 로마에서의 수하물 운송비 12유로 였다. 총 여행경비를 계산해보니 대강 일인당 50만원이 약간 모자르게 들었다. 조금 더 아낄 수 있었을텐데 조금 아쉬웠다.
게을러져서인지 한동안 블로그 관리를 거의 못했습니다. 이웃님들 블로그
방문도 거의 못했구요. 게을러지면 안되는데 큰일입니다. 일어나는
시간도 점점 늦어지고 있고..
며칠간 튜브 파업이 있었습니다. 두개 노선(northern line, Picadilly line)을 제외하고 전 노선이 파업을 해서 한동안 런던 시내 통근자들의
불만이 컸었습니다. 월요일부터 파업을 시작해서 오늘 끝났네요. 파업
노동자들의 요구도 관심있게 찾아보려고 했으나 신문 해석의 귀차니즘 관계로 그 부분은 패스했습니다^^;;;(이러면
안되는데 큰일입니다.)
어쨌거나 제 눈길을 끌었던 건 저녁 5시쯤부터 나눠주는 무가지 The Londonpaper의 한 부분이었습니다. 당연히 튜브 파업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안좋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신문 헤드라인도 그들에 대해 적대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듯 했구요. 시민을 인질로 하는 파업이라는 식으로 기사가 쓰여있었습니다. 일단 이 부분까지는 어느 나라나 파업에 대한 인식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게 했습니다. 선진국이고 시민혁명의 전통을 가졌어도 어쩔 수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몇해 전에 읽었던 홍세화씨의 저작들에서 파리 시민들은 파업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고 읽었었습니다. 그들의 요구와 입장을 이해하고 관용의 입장에 받아들이기에 파업에도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영국 역시 프랑스와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이곳에 와서 보았던 모습, 들었던 이야기를 종합해도 한국 보다는 노동 시장의 분위기나 국가적 인식이
역시 선진국이라는 느낌이 들었었습니다.
기사 본문을 읽고 기사 옆 부분으로 넘어가니 시민들의 한마디가 실려있더군요. 인상적인
것은 시민들의 한마디 였습니다. 런던 시민 네 사람의 한마디가 실려있었는데, 그 중 두명은 파업에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었고, 2명은 파업하는
사람들을 이해한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신선하더군요.
한국에서는 현대차 파업이 있을 때마다 전 언론에서 공격적인 자세로 귀족 노조의 파업이네, 파업 때문에 현대차가 무너지네 하는 식의 반응을 보였고, 기타 파업에는
시민을 볼모로 필요 없는 파업을 한다고 공격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시민들의 반응도 역시 천편일률적이구요. 파업에 대해 긍정적이거나 공감하는 입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신문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중앙 일간지도 아닌 무가지가 나름대로 있는 그대로의 반응을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역시
영국이 선진국은 선진국인갑다하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습니다. 분리 수거라는 개념이 희박한 점이나 은행이나
인터넷 서비스 제공 업체의 행태를 보면 한국보다 안 좋게 보이기도 하지만 확실히 몇몇 부분에서는 배울 점이 있어보입니다. 이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 자체를 이해할 수 있다면 더 좋은 어학연수가 될 수 있겟죠.
+ 포스팅할 거리가 잔뜩 있는데 하루 이틀 미루다보니 점점 포스팅
하기가 귀찮아지는 현상에 직면했습니다. 아무래도 다시 한번 정신차리고 영국생활을 해나가야할 듯 합니다.
너무 오랜만의 포스팅이네요. 인터넷 속도도 느리고 집 회선이 자주 말썽을 부려서 포스팅을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근 2주만에 포스팅을 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포스팅할 거리도 잔뜩 쌓였으니 며칠동안 부지런히 포스팅을 해야할 듯 싶습니다.
오늘은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보러 경기장에 갔다 왔습니다. 저번에 이야기했던 풀햄(여기 사람들은 풀햄이라고 발음을 안하더군요. 풀럼과 풀름의 중간 느낌으로 발음하더라구요) VS 미들스브러 경기를 봤죠. 풀햄에서 마케팅 차원에서 표를 싸게 내놓아서 이때다 싶어서 표를 샀습니다. 표 가격은 15파운드. 일반 어른표가 30파운드니까 50% 세일을 한 셈이죠.
자고 있던 후배를 깨워서 경기장으로 출발했습니다. 3시 킥오프라서 1시 45분쯤에 출발했는데, 제가 깜빡하고 티켓을 집에 두고 온 겁니다. 다행히도 튜브를 타기 전이라 한 10분 정도 밖에 손해를 안봤습니다. 풀햄 홈구장이 있는 런던 남서쪽 Putney Bridge 역에 도착하니 벌써 2시 50분이네요. 게다가 경기장 가는 길도 몰랐던 상태라 당황했습니다. 다행히도 많은 사람들이 한 방향으로 향하고 있어서 그 사람들을 쫓아갔더니 경기장에 도착했습니다. 경기장은 생각보다 허름하네요. 경기장 도착한 시간이 3시 5분이라서 부랴부랴 자리를 찾아들어갔습니다.
축구를 좋아하기는 하는데, 축구장 가본 건 이번이 처음이라 축구장은 많이 생소하더군요. 관중석과 피치가 엄청나게 가깝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습니다. 저는 어느 구장이나 거대 전광판이 있는줄 알았는데 풀햄 홈구장은 그렇지도 않네요. 리그 중위권 팀이라 인기가 없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더군요. 관중석 대부분이 가득 차있었습니다. 한 2만명 정도 됐던 것 같아요. BBC에서 해주는 Match of the day라는 그날의 경기 하이라이트에 관중 수도 나왔었는데 잊어버렸네요 이런 ㅡ,.ㅡ
경기는 상당히 흥미진진 했습니다. 집에서 봤더라면 꾸벅꾸벅 졸았겠지만 확실히 경기장에서 보니 박진감 넘치더라구요. 풀햄이 생각보다 잘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구요. 경기는 미들스브러가 이겼지만, 경기력은 풀햄이 훨씬 나아보였습니다. 미들스브러는 거의 운으로 이긴 듯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미드필더 진의 움직임은 풀햄이 훨씬 낳더군요.
관중들 분위기는 미들스브러 팬들 쪽이 훨씬 활기 찼습니다. 역시 풀햄 팬들은 런던 사람들이라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것일까요? 미들스브러 팬들은 발구르기까지 하면서 응원하던데 풀햄팬들은 조용히 앉아있다가 감탄사만 연발하고 있었습니다.
후반 25분쯤 돼서 이동국 선수가 교체되서 나왔네요. 근처에 있던 한국 사람들 한 무리가 풀햄 응원석에서 갑자기 미들스브러를 응원하니 주변 영국인들이 다 쳐다보더군요^^;; 옆자리에 있던 흑인 한명이 저 선수가 너희나라 선수냐고 물어보더군요. 이름까지 가르쳐줬는데 아쉽게도 별다른 활약이 없었습니다ㅜㅜ 미도랑 교체됐는데 한참 있다가 그 흑인이 저 boy는 실력이 충분하지 못하다고 이야기 하더군요. 경기 막판에 미들스브러 감독이 시간을 끄느라고 이동국 선수를 빼니까 굉장히 기분나쁘게 웃더군요. 하마터면 때릴뻔했습니다ㅡㅡ^
이동국 선수를 보면서 안타까웠던게 공격수인데도 슛을 잘 안하더라구요. 좀 과감하게 슈팅하고 그랬으면 좋았으련만, 미들스브러 미들진에서 볼 연결도 잘 안되고 하니 거의 눈에 안띄더군요. 마지막에 풀햄 코너킥 찬스 때 수비 가담해서 헤딩으로 볼 걷어내는 장면에서만 눈에 띄었습니다.
어쨌거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본 축구장은 굉장히 신선했습니다. 매번 TV로만 보다가 경기장에 직접가보니 관중들의 분위기도 느낄수 있고 선수들도 가까이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싼 가격에 표가 나오면 종종 축구장에 가보려고 합니다.
사족1. 경기장 바깥 사진을 깜빡하고 안찍었습니다ㅜㅜ 주택가에 위치한데다 너무 허름해서 놀랐습니다. 사족2. 후배는 DSLR을 가져가서 경기 장면 사진도 좀 찍었습니다. 사진은 나중에 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맨유와 첼시의 커뮤니티 실드 경기가 있었습니다. 저번 포스팅에 이야기했던대로 제 평생 한번 볼까 말까한 경기여서 가려고 했으나 표가 없어서 고민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첼시 쪽에서 표가 남아서 첼시 구단 박스 오피스를 통해서 15파운드에 표를 팔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때는 제가 사는 집 인터넷이 끊긴 상태여서 그 다음 날에서야 그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미 표는 다 팔린 상태. 후배가 다니는 어학원에서도 표를 팔았었다고 하는데, 후배가 다니는 어학원은 수강생이 많아서 사무실과 강의실이 다른 건물로 나눠져 있는 상태라 후배도 표를 판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겁니다.
결국 표를 구하지 못하고 암표나 구해볼까 하고 후배와 함께 웸블리 스타디움으로 향했습니다. 둘다 각 팀 레플은 없어서 저는 노란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었고, 후배는 빨간 셔츠를 입었었습니다. 튜브를 탔는데 역시 커뮤니티 실드가 있는 날이기는 하더군요. 튜브 안에 첼시 유니폼과 맨유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한 칸에 3분의 1정도는 차 있었습니다. 웸블리 파크 역에 도착하자마자 엄청난 인파들이 있더군요. 튜브 플랫폼에서 역 밖으로 나가는 계단은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가득 찼습니다. 첼시 팬 쪽에서 응원가를 부르니까 맨유 쪽에서도 첼시 응원가가 끝나자마자 맨유 응원가를 부르더군요. 엄청난 수의 사람이 악을 쓰면서 노래를 부르니 역이 진동을 하더군요. 혹시나 영국 여행을 와서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볼 생각이 있으신 분들은 자기가 응원하는 팀 응원가 정도는 익혀두시는게 좋을 듯 싶습니다. 왠지 맨유 쪽 응원가가 조금 더 거칠다는 느낌이 들기는 하데요.
웸블리 스타디움을 못찾을까봐 고민했는데, 역에서 나오자마자 웸블리 스타디움이 보이더군요. 축구의 성지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경기장은 멋진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경기장으로 가는 길은 빨간색과 파란색이 뒤섞여서 어지러울 정도로 복잡했습니다. 웸블리 구장 수용인원이 9만명이라는데 사람 수는 어림잡아 8만명은 되는듯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 곳 남자들은 웃통을 훌렁훌렁 벗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축구열기 땜에 더워서 그런가..
축구가 가장 인기있는 나라답게 웸블리 구장 앞 버스 정류장에 붙어있는 안내문구가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웸블리 구장에 경기가 있는 날을 표시해놓고 해당일 경기 전후 2시간 동안은 버스가 제대로 안 올수도 있다고 써있었습니다.(제가 이해한 내용이 맞다면^^;;)
각 팀 레전드들의 이름이 박혀있는 레플을 입고 있는 팬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조지 베스트 맨유 유니폼과 졸라 첼시 유니폼을 입은 팬들도 있더군요. 여자 팬들도 엄청나게 많았구요. 여자들은 어느 나라나 축구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영국 여자들은 예외였나 봅니다(제가 보았던 스페인 여자들은 남자들이 휴일만 되면 축구 밖에 모른다고 축구 엄청 싫어했었습니다).
후배와 함께 암표상을 찾아보려고 사람들 틈에 섞여서 스타디움으로 올라갔습니다. 경찰들만 바글바글하고 암표상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더군요. 다시 역 쪽으로 내려와서 조금 헤메다보니 암표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쪽으로 접근해서 눈치를 줬더니 암표상이 오네요. 2장 필요하다고 하고 얼마냐고 물어보니 300파운드를 달라고 하는겁니다. 한 사람당 30만원 꼴이죠. 이건 뭐 협상을 하기에도 너무 높은 가격이니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포기하고 기다렸습니다. 킥오프하고 시간이 좀 지나고나면 암표값이 내려간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거든요. 그런데 그 가격에도 표를 사는 사람들이 있는 겁니다. 표는 동나고 암표상은 가버리고 완전 OTL.
근처 펍을 찾았습니다. 웸블리 구장이 시 외곽 쪽에 있어서 동네에 그 흔한 펍도 없더군요. 다행히 경기장 근처에 한군데를 찾아서 들어갔습니다. 맥주 한잔을 주문하려고 하는데 좀 취한듯한(역시 웃통을 벗고있는) 녀석이 저희한테 한국인이냐고 묻고, 맨유의 fucking korean 선수가 누구냐고 하는겁니다. 바로 알아들었으면 한바탕 했을텐데, 조금 있다가 알아들어서 꽤나 황당했었습니다. 동양인을 무시하는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말입니다.
경기를 보고 있는데 한 중년 남자분이 오시더니, 어느 팀을 좋아하냐고 물었습니다. 후배가 맨유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그 아저씨가 여기는 첼시 펍이라고 이야기를 해주는겁니다. 저는 사실 박지성만 없었으면 맨유보다 첼시를 더 좋아했을거기 때문에 그렇게 그 아저씨한테 이야기를 했죠. 그 아저씨가 알아들었는지 어땠는지는 알수 없지만. 그 얘기를 듣고 펍 입구를 보니 첼시 깃발이 펄럭이고 있네요. 저희한테 시비조로 말했던 청년이 동양인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맨유를 싫어해서 그렇게 이야기를 한거였습니다. 맨유가 골 넣었을 때 좋아했으면 큰일날 뻔했습니다. 사실 눈치없는 사람 한명이 마지막에 반 데 사르가 페널티 막았을 때 좋아하다가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는 했었습니다. 맨유 레플을 들고 있던 사람이었는데, 맨유 레플을 돌돌 말아서 감추더니 경기 끝나자마자 도망가더군요ㅋ
전반전 말루다의 골은 진짜 인상적이더군요. 퍼디낸드가 질질질 끌려가는 걸 보니 불쌍해지던데요? 퍼디낸드의 굴욕이었습니다. 화면이 잘 안보여서 퍼디낸드였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퍼디낸드 맞았던 것 같네요. 경기는 후반들어서 좀 지루해지더군요. 양팀 감독들도 별 이길 생각 없는 것 같았고. 결국에는 반 데 사르가 미쳐버려서 페널티 3개 연속으로 막더니 끝나버렸네요.
결국 오늘 성지 뉴웸블리 냄새만 맡고 돌아왔네요. 다음에는 미리 정보를 입수해서 표를 제 때 입수해놓아야겠습니다. 차라리 주중에 하루 쓰러질 각오를 하고 맨체스터를 다녀올 걸 그랬나봅니다. 맨유 대 인테르 경기는 표를 일반 사람들한테도 팔았었는데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