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아파트에 사는 사람도, 본 단지에 사는 사람도 같은 사람이다.

사회 이야기 2007/06/30 23:34

얼마 전 재개발에 관련된 포스팅을 한적이 있다. 그것과 관련해서 몇 달 전부터 계속해서 문제라고 생각해오던 것이 있어서 포스팅을 하려한다.

재개발을 하면 보통 아파트와는 다르게 임대아파트라는 것이 지어진다. 임대아파트의 입주자격이 있는 사람은 재개발지구에 거주하던 무주택 세입자들이다. 이외에도 구청에서의 추첨을 통해 입주자가 선정된다. 우리 동네의 아파트들은 모두 재개발을 통해서 지어졌기 때문에 임대아파트가 몇 동씩은 있다.

이전에도 이야기했지만, 재개발 조합원 자격이 있는 사람들은 재개발 지역의 주택소유자들이다. 그리고 본 단지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추첨을 통해 분양권을 획득한 사람과 재개발 조합원들이다. 본 단지 아파트와 임대아파트의 분양가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다. 최소 2억원 정도는 차이가 나니 하늘과 땅 차이라 해도 상관없을 것 같다. 아파트 평수 자체도 임대 아파트는 17평이고, 본 단지는 24평부터 시작한다. 그러니까 아주 단순하게 이야기하면 본 단지에 입주하는 사람들은 돈 있는 사람들, 임대 아파트에 입주하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돈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정직하게 돈을 벌어서 자기 집을 마련했을 것이기 때문에 돈 있는 사람이 더 큰 집에 살고, 본 단지에 사는 것은 욕할만한 것도 기분 나쁠만한 거리도 못된다. 내가 문제를 느꼈던 것은 다른 측면에서였다.

배달을 하다보면(아버지께서 족발집을 경영하시기 때문에 종종 배달을 도와드리고는 한다) 이 아파트 저 아파트 모두 다니기 때문에 아파트 단지 구조를 모두 꿰게된다. 신기한 것은 어느 아파트를 가도 임대아파트 동은 다른 동과 떨어진 위치에 지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정도가 약한 곳은 단지 한쪽 구석에 임대아파트가 지어져 있지만, 정도가 심한 곳은 길 건너에 임대아파트가 지어져 있거나 혹은 본 단지와 임대아파트 단지 입구 자체가 분리되어 있는 곳들도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같은 아파트 단지, 같은 지역 내에서도 돈에 의해 사는 구역이 정해지는 것을 의미하며, 임대아파트 단지 거주민들과 본 단지 거주민들이 구분되는 것을 의미한다. 예전에 읽은 소설(어린왕자였는지,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였는지 기억이 잘 안난다.)의 한 문구가 기억이 난다. 어른들은 집을 이야기할 때 그 집의 지붕이 어떤 색깔이며 창가에는 꽃이 피어있는 예쁜집이다라고 하면 이해를 못하고, 얼마짜리 집이라고 이야기해야 이해를 한다는.

내가 처음으로 이러한 사실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꼈을 때는 아파트 입구 자체가 분리되어 있는 우리 동네의 한 아파트로 배달을 갔을 때였다. 당시에는 배달을 가서 해당 동이 뻔히 보이는데도 입구를 찾을 수 없어 한동안 헤맸던 것 때문에 기분이 나빴다. 배달이 늦으면 손님들이 배달직원한테 불평을 늘어놓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시간 지나 찬찬히 생각해보니 같은 아파트 단지인데도 불구하고 임대아파트와 본 단지간에 철저하게 장벽이 쳐져있다는 사실이 나를 더 기분 나쁘게 했다. 며칠전 다시 가서 사진을 찍으려고 주변을 둘러보니 본 단지와 임대아파트 동 간에 그 흔한 계단 하나 존재하지 않았다. 분명히 지리적 위치는 붙어 있었음에도 입구간의 거리는 족히 200m는 차이 났으며, 벽 사이에 통로는 없었다.


아파트가 이렇게 지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돈 있는 자와 돈 없는 자는 구별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사람들 머리 속에 박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구 반대 쪽 브라질에서는 부유한 자들끼리 거주지역을 만들고 울타리를 쳐서 주변 지역과 자신들의 구역을 분리한다고 한다. 또 그 지역 내에 총을 휴대한 사설 경비원을 고용해 주변 지역 사람들의 접근을 막는다고 한다. 정도는 다르지만 이런 일들이 우리 사회에서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몇 해전에 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주변 지역 주민들이 아파트 단지 내로 통행하는 것을 막았다는 신문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주변 지역 사람들이 아파트 단지를 통행하면 자기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것이 그들이 주변 지역 주민들의 통행을 막은 이유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에는 '이상한 사람들이네'하며 그냥 기분 나빠하고 말았지만, 이런 일이 변형된 형태로 내가 사는 지역에서도 일어난다는 생각이 드는 지금은 이러한 일이 사회에 일반화되었을 것이라는 걱정이 든다. 이 사람들의 자녀들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사람이 소유한 돈의 양에 의해 그 사람의 가치가 결정된다는 것을 알게되었을 것이다.

사람이 인격으로서 가치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돈과 집 크기로 가치가 정해지는 사회 속에서 나는 살고 있다. 그러한 사실이 슬프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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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재개발 지구에 사는 주민입니다

사회 이야기 2007/06/24 19:36

내가 사는 곳은 서울시 강북구 미아동이다. 삼양동으로 불리기도 한다. 보통은 미아리라는 사창가 지역으로 알려져있는 곳이다. 조금 더 아는 사람들은 소위 말하는 달동네 지역으로 알고 있기도 하다. 내가 이곳에서 살게된 것은 92년부터, 16년전 이곳으로 이사를 오면서부터이다. 지금은 미아뉴타운이라는 이름하에 아파트들이 계속해서 들어서는 지역이지만 당시에는 말그대로 달동네였다. 달동네라는 말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높은 곳에 있어 달과 가까운 동네여서 그런 이름이 붙지 않았나 싶다. 산비탈에 위치한 동네, 그곳이 삼양동이었다.

우리 동네는 판자촌까지는 아니었지만 허름한 건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골목길은 마치 미로처럼 꾸불꾸불 엉켜있는 곳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려면 꾸불꾸불한 골목길을 따라 한참을 올라가야했다. 어둑어둑한 골목길에는 어린 아이들의 돈을 뺐는 중학생들도 종종 있었다. 나중에서야 안 사실이지만 우리 가족들이 살던 산꼭대기 작은 집도 무허가건물이었다. 판자촌이라기보다는 무허가촌으로 부르는게 맞는 것이었을는지도 모른다. 70년대 서울로 일자리를 찾아 모여든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살던 곳이 바로 우리 동네였다. 하지만 지금은 다닥다닥 붙어있는 작은 집들보다 거대한 아파트 단지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다닥다닥 붙어있는 작은 집들이 있는 동네는 재개발 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재개발을 나쁜 것으로 생각했다. 이 지역에 자기집을 갖고 있던 사람들은 집을 보상받았고, 재개발 아파트 분양시 우선권을 받았다. 하지만 그 보상액이라는 것이 아파트 분양가에 비하면 참 보잘 것 없는 것이었다. 어떻게 책정되었는지 알 수 없는 아파트 분양가는 보상액의 2~3배를 웃돌았다. 2층짜리 우리집이 보상받은 액수는 6천만원 정도였고 아파트 분양가는 1억 8천만원 정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의 내가 보기에 재개발은 SK라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서울시에서도 가장 못사는 축에 속하는 동네 사람들의 보금자리를 빼앗는 것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우리집은 아파트 분양가를 맞출 수 있어서, 아파트를 분양받았지만 분양가를 맞출 수 없었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안그래도 못사는 동네에서 그나마 자기집도 없이 세를 들어 살고 있던 세입자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지금은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놀랄만큼 동네가 바뀌었다. 아파트에는 어디서 왔는지 모를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다. 음식점 운영 때문에 배달을 많이 다니시는 아버지 말씀에는 타지 사람들이 한 70% 정도 살고 있는 것 같다고 하신다.

그 때에는 옮겨갈 곳이 없어서 끝까지 버티고 있는 사람들을 쫓아내려 했는지, 조금이라도 보상을 더 받으려고 버티고 있는 사람들을 쫓아내려 했는지 어땠는지 알 수 없지만 툭하면 누가 냈는지 알수 없는 불이 났었고, 매일같이 소방차가 드나들었다. 빈집에서 매일같이 불이 나고, 거리에는 용역깡패라는 사람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깡패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을 시비걸어서 때리는 광경을 종종 볼 수 있던 곳이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할 무렵의 우리동네였다.

재개발 지역에는 재개발 조합이라는 것이 있다.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조합원이 된다. 조합에서는 조합원들을 대표해서 보상액을 늘려서 더 많은 조합원들이 아파트로 입주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아파트 건축기업들과 협상을 한다. 그런데 지역 사람이 조합장이 되면 어디서 나왔는지 알 수 없는 돈을 받고 조합장에서 물러나는 일이 계속해서 생겼다. 동네사람들은 구청으로 가서 왜 보상액이 적은지, 분양가가 왜이렇게 높은지 몇 년동안 시위를 벌였지만 누구도 답을 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지금도 걸어서 10분 거리인 옆 동네에는 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은 흉물스럽게 여기저기 허물어져있는 건물에 몇 달전까지만해도 살던 사람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아파트 값이 많이 올라서 분양가는 더 올랐을텐데, 그 사람들은 과연 이 동네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아버지께서는 재개발 초기 보상액과 분양가의 차이로 이지역 주민들이 손해를 본 것은 사실이라고 하셨다. 하지만 아파트 값이 계속해서 오르면서 지금은 그다지 손해를 본 것 같지 않다고 하신다. 그러면 재개발은 과연 우리에게 좋은 것이었을까. 난 아직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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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법 이야기들로 후끈후끈 하네요.

사회 이야기 2007/06/23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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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블에서 선거법 얘기가 아주 난리네요. 사실은 그저께 개정 선거법 기사를 보고 좀 황당하다 싶어서 포스팅 좀 해보려고 했는데, 날새고 시험쳐서 그냥 뻗어버렸네요^^;; 다음 날은 시험 쫑파티겸 환송회겸 해서 겸사겸사 모여서 술을 먹다보니 밑도 끝도 없이 술을 먹어버려서 이제야 컴퓨터 앞에 슬슬 앉았습니다. 이미 블로거들 사이에서 논란이 될 것은 예상했었습니다. 이 정도의 거대한 떡밥은 찾기 힘드니까 말이죠. 게다가 자기 주장 강한 블로거들이 가만있지 않을 것 같기도 했구요. 포스팅 하려고 보니 이미 이야기가 될데로 된 상태라 힘이 좀 빠지기는 합니다. 전 블로그도 제가 운영하는 미디어라고 생각하는지라 시기를 놓치면 포스트도 힘이 없어진다고 생각해서요. 그나저나 대부업체 사건이나 이번 사건들을 보면 정말 한국의 정의는 네티즌들이 지켜나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넷상에서 화제가 된 일들이 사회로 퍼져나가는게 일반화된 것 같습니다.

잡설이 너무 길었네요. 선거법 발표되고 나서 처음에 언론쪽은 예상대로 조용하더군요. 자기들이 싫어하는 노대통령이 인터넷 덕택을 톡톡히 봐서 그런걸까요. 네티즌들 반발이 일어나기 시작하니깐 기사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네요.

이건 뭐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한나라당 주자들을 겨냥한 선거법 개정안이라고 밖에 볼 수 없겠습니다. 범여권에서 대선 주자가 나왔을 때 인터넷 말고는 지금의 판세를 흔들 수 있는 존재가 없으니까요.(예전에 미국에서 인터넷을 활용해서 인기를 끌었던 민주당 의원(이름이 기억이 안납니다^^;;)은 지금 뭐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일시적인 세몰이였나봅니다)

전 남에게 피해를 입히지 않는이상 인터넷 공간에서는 무엇을 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의 생각은 모두 존중할 가치가 있는 것이니까요. 누군가에 대한 지지·추천행위가 남에게 피해를 입히는 행위라고 보이진 않습니다. 오히려 많은 정보가 공유될 개연성이 존재하므로 사회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이득이 될 가능성이 훨씬 높죠. 그런데 개인의 생각까지 통제하려고 하는 것을 보니 한숨이 나옵니다. 통제를 해서 얻어질 것이 무엇인지도 의심스럽구요.

네티즌 반발이 강해지니까 선관위에서 오해를 해명한다고 한말이 더 가관이네요. 특정 정당·후보를 지지 추천하는 것은 제한하나 개인적 의견이나 의사표시를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니요. 이건 마치 FTA 재협상에 대해서 김종훈 대표가 ‘재협상이 아니라 추가협상이다’라고 말한 것이랑 다를게 없지않나요. 도대체 뭐가 다른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럼 아주 애매하게 글을 쓰면 되는건가요?

‘전 xx후보를 미워하는것은 아니지만 좋은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싫어하는것은 아니지만 나쁘다고 생각해보기도 한적이 있기도하고 없기도 하고’ (저희 학교 게시판에 선거법 관련해서 한 학우가 달은 댓글입니다.)

이렇게 말이죠. 독후감 때문에 중언부언 글 늘리는데 재주 좋은 저희 학교 학생들이 이렇게 잘 쓸 것 같습니다.

전 아직 지지후보가 없는지라 몇몇 블로거 분들처럼 ‘나는 누구를 지지하니 나를 고발하라’라고 멋지게 말할 형편은 못됩니다. 사실 그렇게 할 용기도 없기도 하구요^^;;

사족.
전 다음달 초에 영국으로 떠나서 내년 초에 귀국합니다. 대선일자에 한국에 없죠. 그러면 부재자 투표를 해야하는데, 이게 문제(절차가 굉장히 복잡하다네요)가 있어서 대부분의 유학생들은 실질적으로 부재자 투표를 하기가 어렵다고 들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이 있기는 하다고 들었는데, 아직 국회 법사위 계류 중이랍니다. 이번달 말까지 임시 국회가 열리는데 해결될 기미는 없다고 합니다. 정작 해야될 것을 하지않고, 엉뚱한 짓만 벌리니 한심스럽기만 합니다. 2002년에도 17일 차이로 선거 가능 나이가 안되서 투표를 못했는데, 이번에 또 못하게 되면 많이 화가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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