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지 뉴 웸블리 냄새만 맡고 돌아오다ㅜㅜ(맨유 VS 첼시, 커뮤니티 실드)

런던통신 2007/08/06 09:55

오늘 맨유와 첼시의 커뮤니티 실드 경기가 있었습니다. 저번 포스팅에 이야기했던대로 제 평생 한번 볼까 말까한 경기여서 가려고 했으나 표가 없어서 고민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첼시 쪽에서 표가 남아서 첼시 구단 박스 오피스를 통해서 15파운드에 표를 팔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때는 제가 사는 집 인터넷이 끊긴 상태여서 그 다음 날에서야 그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미 표는 다 팔린 상태. 후배가 다니는 어학원에서도 표를 팔았었다고 하는데, 후배가 다니는 어학원은 수강생이 많아서 사무실과 강의실이 다른 건물로 나눠져 있는 상태라 후배도 표를 판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겁니다.

 


결국 표를 구하지 못하고 암표나 구해볼까 하고 후배와 함께 웸블리 스타디움으로 향했습니다. 둘다 각 팀 레플은 없어서 저는 노란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었고, 후배는 빨간 셔츠를 입었었습니다. 튜브를 탔는데 역시 커뮤니티 실드가 있는 날이기는 하더군요. 튜브 안에 첼시 유니폼과 맨유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한 칸에 3분의 1정도는 차 있었습니다. 웸블리 파크 역에 도착하자마자 엄청난 인파들이 있더군요. 튜브 플랫폼에서 역 밖으로 나가는 계단은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가득 찼습니다. 첼시 팬 쪽에서 응원가를 부르니까 맨유 쪽에서도 첼시 응원가가 끝나자마자 맨유 응원가를 부르더군요. 엄청난 수의 사람이 악을 쓰면서 노래를 부르니 역이 진동을 하더군요. 혹시나 영국 여행을 와서 프리미어 리그 경기를 볼 생각이 있으신 분들은 자기가 응원하는 팀 응원가 정도는 익혀두시는게 좋을 듯 싶습니다. 왠지 맨유 쪽 응원가가 조금 더 거칠다는 느낌이 들기는 하데요.



웸블리 스타디움을 못찾을까봐 고민했는데, 역에서 나오자마자 웸블리 스타디움이 보이더군요. 축구의 성지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경기장은 멋진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경기장으로 가는 길은 빨간색과 파란색이 뒤섞여서 어지러울 정도로 복잡했습니다. 웸블리 구장 수용인원이 9만명이라는데 사람 수는 어림잡아 8만명은 되는듯 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 곳 남자들은 웃통을 훌렁훌렁 벗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축구열기 땜에 더워서 그런가..



축구가 가장 인기있는 나라답게 웸블리 구장 앞 버스 정류장에 붙어있는 안내문구가 꽤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웸블리 구장에 경기가 있는 날을 표시해놓고 해당일 경기 전후 2시간 동안은 버스가 제대로 안 올수도 있다고 써있었습니다.(제가 이해한 내용이 맞다면^^;;)

 

각 팀 레전드들의 이름이 박혀있는 레플을 입고 있는 팬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조지 베스트 맨유 유니폼과 졸라 첼시 유니폼을 입은 팬들도 있더군요. 여자 팬들도 엄청나게 많았구요. 여자들은 어느 나라나 축구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영국 여자들은 예외였나 봅니다(제가 보았던 스페인 여자들은 남자들이 휴일만 되면 축구 밖에 모른다고 축구 엄청 싫어했었습니다).


후배와 함께 암표상을 찾아보려고 사람들 틈에 섞여서 스타디움으로 올라갔습니다. 경찰들만 바글바글하고 암표상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더군요. 다시 역 쪽으로 내려와서 조금 헤메다보니 암표상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쪽으로 접근해서 눈치를 줬더니 암표상이 오네요. 2장 필요하다고 하고 얼마냐고 물어보니 300파운드를 달라고 하는겁니다. 한 사람당 30만원 꼴이죠. 이건 뭐 협상을 하기에도 너무 높은 가격이니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포기하고 기다렸습니다. 킥오프하고 시간이 좀 지나고나면 암표값이 내려간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거든요. 그런데 그 가격에도 표를 사는 사람들이 있는 겁니다. 표는 동나고 암표상은 가버리고 완전 OTL.

 

근처 펍을 찾았습니다. 웸블리 구장이 시 외곽 쪽에 있어서 동네에 그 흔한 펍도 없더군요. 다행히 경기장 근처에 한군데를 찾아서 들어갔습니다. 맥주 한잔을 주문하려고 하는데 좀 취한듯한(역시 웃통을 벗고있는) 녀석이 저희한테 한국인이냐고 묻고, 맨유의 fucking korean 선수가 누구냐고 하는겁니다. 바로 알아들었으면 한바탕 했을텐데, 조금 있다가 알아들어서 꽤나 황당했었습니다. 동양인을 무시하는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말입니다.


경기를 보고 있는데 한 중년 남자분이 오시더니, 어느 팀을 좋아하냐고 물었습니다. 후배가 맨유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그 아저씨가 여기는 첼시 펍이라고 이야기를 해주는겁니다. 저는 사실 박지성만 없었으면 맨유보다 첼시를 더 좋아했을거기 때문에 그렇게 그 아저씨한테 이야기를 했죠. 그 아저씨가 알아들었는지 어땠는지는 알수 없지만. 그 얘기를 듣고 펍 입구를 보니 첼시 깃발이 펄럭이고 있네요. 저희한테 시비조로 말했던 청년이 동양인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맨유를 싫어해서 그렇게 이야기를 한거였습니다. 맨유가 골 넣었을 때 좋아했으면 큰일날 뻔했습니다. 사실 눈치없는 사람 한명이 마지막에 반 데 사르가 페널티 막았을 때 좋아하다가 분위기가 험악해지기는 했었습니다. 맨유 레플을 들고 있던 사람이었는데, 맨유 레플을 돌돌 말아서 감추더니 경기 끝나자마자 도망가더군요ㅋ

 

전반전 말루다의 골은 진짜 인상적이더군요. 퍼디낸드가 질질질 끌려가는 걸 보니 불쌍해지던데요? 퍼디낸드의 굴욕이었습니다. 화면이 잘 안보여서 퍼디낸드였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퍼디낸드 맞았던 것 같네요. 경기는 후반들어서 좀 지루해지더군요. 양팀 감독들도 별 이길 생각 없는 것 같았고. 결국에는 반 데 사르가 미쳐버려서 페널티 3개 연속으로 막더니 끝나버렸네요.

 


결국 오늘 성지 뉴웸블리 냄새만 맡고 돌아왔네요. 다음에는 미리 정보를 입수해서 표를 제 때 입수해놓아야겠습니다. 차라리 주중에 하루 쓰러질 각오를 하고 맨체스터를 다녀올 걸 그랬나봅니다. 맨유 대 인테르 경기는 표를 일반 사람들한테도 팔았었는데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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